사례 :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혜(여, 10세)는 몇 달 전부터 동전 모양의 탈모 증상이 생겼다. 지혜 엄마는 원형탈모라고 생각하고 피부과에 데려갔다. 원래 원형탈모는 모근이 안 보이는데, 지혜의 경우 모근은 그대로 남은 채 머리카락이 뜯긴 형태였다. 피부과에서 원형탈모가 아니라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습관인 발모광(발모벽)으로 보이니 정신과에 한번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지혜는 기질상 경쟁심이 많아서 무조건 1등을 해야 하고, 친구들보다 더 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이벌로 여기던 친구가 발표대회에서 반 대표로 뽑혔는데,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했다. 처음엔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말아 돌리는 것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결국 뽑게 되었다.
머리카락, 눈썹, 심할 경우 성기의 털 등을 뽑는 것을 발모광 또는 발모벽이라고 한다. 발모광은 대개 20세 이전에 발생하는데 특히 5~8세와 13세 정도에서 많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이 시기에 시작해서 몇 십 년간 지속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몇 주,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보이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발모광이 있는 사람은 어렸을 때 정서적으로 굶주린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체접촉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통해 애정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자 한다.
청소년기에 발모광이 발생하는 경우는 정신과적인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반면 소아 때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므로 엄마가 태도를 바꾸면 빠르게 좋아진다. 발모광이 있는 아이의 특징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감정이 많다는 것이다. 학습이나 친구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몸의 털을 잡아 뜯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심해지면 눈썹을 뽑고, 더 심해지면 몸에 있는 털을 다 뽑는다.
초기에 원인을 파악해서 약물치료를 하거나 심리치료를 하면 잘 낫지만 이미 오래된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잠시 나았다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증상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발모광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아이가 어떤 스트레스를 받아 이 증상이 생겼는지 파악하고 빨리 개선해 주어야 한다.
이 질환은 심리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엄마의 잔소리 때문인지, 학습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고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증상 자체에 초점을 맞춘 행동요법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사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하거나 털을 뽑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다른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털을 뽑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내관혈을 집중해서 눌러주거나 손목에 감아 놓은 고무밴드를 튕기는 방법이다.
아이가 학습에 지나치게 부담감을 느끼면 학습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면 칭찬해 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 왕따 문제를 겪고 있다면 선생님과 상의하여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고, 가해자가 처벌 받도록 해야 한다. 발모광이 빠르게 나타나면 5세 때부터 증상을 겪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 수치스러움을 느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도 하고, 사춘기일 경우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반복되기 쉬우므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누적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집필자 : 휴한의원 강남점 위영만 대표원장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 (0) | 2020.10.27 |
---|---|
언택트 공연은 공연계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가 (0) | 2020.10.26 |
손톱을 계속 뜯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0) | 2020.09.09 |
습관을 방치하면 병이 된다 (0) | 2020.08.18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강한 공연관람법 (0) | 202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