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연계 키워드는 ‘언택트’ 입니다. ‘뉴노멀’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는 공연계의 위기이자 새로운 대안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무대와 관객이라는 공연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는 이야기는 공연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대안으로 ‘비대면 공연’이 갑작스레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어떤 가이드도 없으며 플랫폼과 채널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언택트 공연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관객들에게 제시할 새로운 공연 방식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민간 기획사부터 공공예술단체, 심지어 극장에서도 역시 준비가 필요합니다. 국공립문화시설 운영재개 이후 언택트 방식의 무대를 구현하고 송출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 예술단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언택트 공연을 실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반응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 서울시오페라단 <마티네콘서트>, 서울시무용단 무용극 <놋-N.O.T> 등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호흡하였습니다. 국립예술단체와 민간, 상업 뮤지컬 영역에서도 네이버TV나 유튜브를 통해 공연을 송출하며 방식을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중예술에서도 언택트 공연은 새로운 공연체험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AR과 VR 등 새로운 문화기술이 접목되어 재미를 추구하는 공연들이 많아지고 팬덤 문화가 확실한 K-팝 관련 콘서트는 언택트 방식의 유료 공연으로 기존 무대 공연보다 더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택트 공연의 경우 관객 수가 정해진 무대 공연과 달리 언택트는 서버가 허용되는 범위에서 수많은 관객이 시청할 수 있어 입장객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팬뿐만 아니라 해외 팬도 다양하게 접속하여 K-팝의 묘미를 즐길 수 있기에 공연 관객층을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언택트 공연 ‘비욘드 라이브’는 2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했으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방콘’은 2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1인당 온라인티켓 가격에 3~4만 원의 고가임에도 저비용 고수익의 매출구조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언택트 공연이 경이적이기까지 합니다. 대형 기획사 외에 중소 기획사도 언택트 유료 공연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CJ EnM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택트 공연이 공연의 새로운 ‘뉴노멀’로 자리 잡기에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무대의 현장성은 관객의 공연을 체험하는 중요한 가치이기에 언택트로는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K-팝 등 대중예술은 TV 등 대중매체에 최적화되어 있고 대표적인 대중매체인 TV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로 전환되는 시대에 대중예술은 이에 적응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대중예술 주요 소비층도 이러한 전환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대 예술이 중심인 순수예술은 이러한 언택트 전환이 낯설고 순수예술을 소비하는 계층도 무대 외에 영상 등 다른 매체에 적응하는 것을 불편해합니다.
또한 순수예술 장르는 무대의 현장성 자체가 매력이며 관람의 진수입니다. KBS 국악한마당은 좋은 TV 프로그램이지만 무대에서 체감되는 국악의 매력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는 방송으로 송출도 되고 영상화되어 DVD로 판매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의 관객이 되는 것이 더 영광스럽습니다. 언택트 이전에 무대의 현장성과 매력을 더 끌어올리는 극장의 본연의 임무를 다하며 공연을 통해 혼연일체가 되는 무대와 관객의 하모니가 공연예술의 매력입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이러한 극장의 역할과 전통은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언택트 공연의 활성화가 오히려 축제 등 공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언택트 유료공연이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대중예술시장의 양상일 뿐입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올해 지역 축제 행사는 전멸했습니다. 지역축제는 지자체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공연생태계의 한 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지역 축제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축제는 단순한 야외공연행사가 아닙니다. 도시의 매력이자 중요한 관광자원이며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축제는 돈을 낸 관객만을 위한 상품이 아닙니다. 모두가 즐기는 공공재이자 지역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촉매제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중심의 문화가 팽배해 있고 지역문화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는 특색있는 축제는 유지되어야 하고 축제의 현장은 보존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연의 ‘뉴노멀’이 언택트로 결론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연예술의 본질을 지키고 언택트는 취사 선택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언택트 기술이 진화하여 무대의 현장성이 실감 나게 전달된다 해도 무대가 주는 장소적 매력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언택트 시대에서도 무대와 극장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무대를 서고 싶어하는 많은 예술인이 조용히 땀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극장은 귀하고 무대는 적으며 공연예술을 무대에서 향유하는 관객은 지금도 많지 않습니다. 첨단 언택트 기술을 구현하는 공연장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언택트 뿐만이 아니라 무대 현장의 매력이 많은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라봅니다.
글: 문화예술기획자 최준식(서울시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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