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특정한 행동을 반복할 때 부모가 “그건 습관이야.”라며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흔히 본다. 하지만 습관의 이면에는 지속적이어서 고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이 숨어 있기도 한다. 이런 단순한 습관은 자신은 물론 때로는 타인까지 방해하기도 하며, 스스로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습관이라는 것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여 스스로의 노력에 맡기기보다는 치료의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일도 있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잘못된 습관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피부 뜯기, 말 더듬기, 입으로 옷 빨기, 자위행위, 머리카락이나 눈썹처럼 몸에 있는 털을 뽑기 등이 있다. 이러한 습관적 행동 및 생활양식이 특정한 상황에서 한두 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습관장애로 볼 수 있다.
잘못된 습관은 다른 정신질환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치료현장에서 살펴보면 습관이라는 증상적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러한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단순한 버릇이 있으며, 반대편 끝에는 소위 정신 병리적 장애인 강박장애, 틱장애, 정서장애, ADHD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스펙트럼의 중간쯤에 치료가 필요한 습관장애가 위치한다.
임상에서는 종종 틱장애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을 빠는 습관이 먼저 나타난다. 또한 불안한 정서를 표현하는 행위로 소변을 자주 보고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카락을 만지는 습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적인 행동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단순한 버릇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만약 습관적인 행동을 방치하면 아이의 정서나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습관적인 행동은 그대로 두면 사라지기도 하므로, 부모가 구체적 개입해서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강압적으로 사라지게 하거나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습관장애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라기보다는 증상적 요인이 존재하며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다른 모습의 잘못된 습관으로 변형되거나, 다른 정신질환을 야기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습관은 처음 생기는 시점에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여러 유형의 습관장애가 있다
잘못된 습관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신경성 습관이다. 신경성 습관은 대체로 높은 심리적 긴장을 겪을 때 일어나는 반복적이고 조작적인 행동으로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손톱 물어뜯기, 손톱 파기, 입술 깨물기, 이 갈기, 엄지손가락 빨기, 머리카락 잡아당기기, 연필 두드리기, 펜이나 연필 등을 씹기 등이 해당한다.
두 번째는 틱 경향성 습관이다. 운동틱과 음성틱을 동반하는 틱장애가 아니라 한 가지의 습관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틱 경향성 습관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의 견해가 없을 때는 틱 경향성 습관과 틱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습관을 교정 및 치료하지 않으면 틱장애로 전환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유 없는 헛기침, 코훌쩍이기, 곁눈질, 머리 움직이기, 목 비틀기, 어깨 올리기, 손목 돌리기 등이 해당한다.
세 번째는 실행기능 습관이다. 뇌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는 외부입력정보를 처리하는 실행기능이 있는데, 외부 환경으로부터 입력되는 감각적 정보들을 실제적 행동과 계획하에 스스로 처리하는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방을 정리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챙기거나, 시험 볼 때 문제를 건너뛰고 풀거나, 쉬운 문제를 틀리는 것 등은 주의력과 충동적 경향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 근본을 살펴보면 뇌의 생리적, 발달적 불균형으로 인해 실행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이런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적 형태로 남아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실행적 습관-습관적으로 어지르기, 지속해서 물건 잃어버리기, 정리정돈 안 하기, 부모의 언어적 지시 후에 실행을 안 하기, 도벽 등-에 대한 빠른 인식은 아이의 긍정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
네 번째는 수면 습관과 관련된 것들로 악몽으로 인한 수면방해, 몽유병, 야경증, 이갈이, 유뇨증 등이 있다.
다섯 번째는 안 먹는 아이, 느리게 먹는 아이, 편식인 아이, 마르고 성장이 더딘 아이, 비만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성장과 체질 및 식습관과 관련된 양상들이다.


출처. 미처몰랐던 내 아이 마음처방전
위영만 저/ 더블북/ 2020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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