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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손톱을 계속 뜯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례.
초등학교 2학년인 세화(여, 9세)는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고 손톱을 못 뜯게 하면 손으로 입술을 뜯는다. 출생 후에 6개월 무렵에 자기 귀를 심하게 뜯는 행동을 보였고, 이후에는 손톱과 발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이유식을 잘 안 먹고 떼도 심하게 부렸다. 새벽에도 잠을 안 자고 우는 야제증이 있어서 엄마가 업어줘야만 잠을 잤다.
두 살에 어린이집을 보냈을 때는 분리불안을 약간 겪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며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집에서도 TV를 볼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니까 아빠가 한번 검사해 보자고 해서 병원을 찾아왔다.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는 자고 먹고 싸는 생리적 주기가 불규칙하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강렬한 반응을 보이며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이 기질에 속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정서와 행동, 사회적인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화 같은 아이들에게는 이 기질을 부드럽게 하는 한약이 도움이 된다. 흔히 ‘간 큰 사람’이라고 해서 간의 기운이 센 경우인데, 간과 심장에 열이 많은 체질의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작약과 감초와 같은 약재가 도움이 된다. 작약은 간의 지나치게 센 기운을 누그러뜨리는 한약으로 몸의 근육이 잘 긴장되는 것을 완화하는 약이다.  

 

세화 같은 아이들을 내버려두면 나중에 과잉행동이나 반항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부모의 의도대로 지나치게 억제하면 할수록 용수철처럼 반응하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간의 기운이 세서 까다로운 게 아니라, 내성적이고 쉽게 불안해하는 성격을 가진 아이도 있다. 기질적으로 ‘천천히 반응하는 아이’인데, 이 아이들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 어떤 문제나 사건을 마주치면 바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천천히 반응을 한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본인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 양육자가 계속 바뀐다든지 자꾸 낯선 환경을 제공하며 분리불안이 생기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불안을 없애 주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도록 지지해 주고 공감해 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가 이런 증상을 겪는다면 부모가 욕구를 적절히 채워 주지 못하지는 않았는지, 주 양육자가 계속 바뀌어 양육환경이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부모가 자주 부부싸움을 하거나 엄마가 계속 잔소리를 하거나 유치원에서 또래와 못 어울리는 등의 불안한 주변환경으로 인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는 영어유치원 같은 곳에서 재미를 못 느끼고 지루한데도 아이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자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적인 행동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을 때 너무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혼을 내거나 매로 고치면 부작용이 크다. 물에 들어가기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물에 들어가는 훈련을 시켜서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시는 수영장에 못 들어가는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그보다는 오히려 손톱을 물어뜯지 않을 때 칭찬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또한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는 주먹 쥐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손바닥 지압기 혹은 장난감을 반복해서 만지게 하는 것도 좋다. 다른 방법으로는 내관혈에 피내침을 붙이고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내관혈을 5~10분 정도 정신을 집중해서 누르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반복해서 내관혈을 누르면 점차 손톱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이 줄어든다. 이 방법들은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머리카락 뽑기, 피부 뜯기 등과 같은 습관적인 행동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 


잘못된 습관들이 지속되면 틱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강박증, 충동조절장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병까지는 아니어도 싹이 틀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초기에는 간단히 고치거나 저절로 조절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자기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과질환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곱 살에 틱장애가 온 아이들 중에는 세 살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도 있다. 그때는 단순한 습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일종의 신호였던 것이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이면 주변 환경을 돌아보고 아이가 욕구불만이나 애정결핍을 느끼지는 않는지, 애착형성에 문제는 없는지, 아이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학업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손톱을 물어뜨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는 어려서부터 손가락을 빠는 습관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기들은 보통 젖병을 빨다가 구강기가 되면 무언가를 빨면서 쾌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다른 데로 관심이 가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습관이다. 그러나 부모가 이 시기에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관심을 다양하게 돌려주지 않으면, 아이는 재미가 없으니 욕구불만을 느낀다.  


요즘 부모들이 밥 먹을 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틀어주곤 하는데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다. 현대의 아이들은 외출 시 다양한 자극이 아니라 단순한 시각적 자극만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감각적 자극의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의 감각을 균형 있게 길러줘야 한다. 균형적인 식습관이 필요하듯이 손으로 만지게도 해주고, 보게도 해 주고, 음악도 들려주면서 감각을 다양하게 발달시키면 손가락을 빠는 행동이 줄어든다.

 

집필: 휴한의원 강남점 위영만 대표원장

 

 

출처. 미처몰랐던 내 아이 마음처방전

위영만 저/ 더블북/ 2020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