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PD의 공연/전시 이야기
제1화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강한 공연관람법
글: 문화예술기획자 최준식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드디어 지난 6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이태원클럽발 코로나 확산으로 몇 달간 문이 잠겼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어렵게 다시 관객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개막일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하는 뮤지컬배우 ‘시아준수’를 보기 위해 열성 팬이 모이자 온종일 공연장이 간만에 북적거렸다. 공연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필자에게 간만에 공연장이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아 무척 반가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나 기획자, 배우 그리고 관객 모두 공연을 다시 시작하면서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공연장을 운영하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나 뮤지컬을 올리는 기획사 측도 모두가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나 질책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고 설레게 하는 공연예술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사실은 관객이나 공연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에게 고통스럽다. 공연시장 자체의 축소가 아니라 공연생태계 모두가 붕괴하고 공멸할 수 있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사 대표인 필자의 지인은 기획사 소속 직원들을 내보내고 본인의 생계까지 걱정하며 하루하루 허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공연예술은 비대면이 아닌 현장의 예술이다. 무대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무대가 없어진 공연예술을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민간이 아닌 공공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이 공연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공연예술계를 사장할 수 있기에 우려를 무릅쓰고 다시 공연장의 무대를 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후 재개된 공연장의 풍경은 관객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온다. 공연장 로비는 언제나 관객들의 흥겨운 대화와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하고 활기참이 가득한 공간이 열화상 카메라, 마스크착용검사 및 문진표 작성, 손 소독제 비치와 발열 체크 인력 등으로 붐비며 이를 진행하는 공연 관계자나 이행해야 하는 관객이나 부담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Intact)와 비대면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적 상황에 우리의 소중한 공연예술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
먼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공연예술 현장이 막힌 시점에서 공연예술에 대한 최근 새로운 접근을 한번 찾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유행이 한창인 시절 세종문화회관은 MBC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와 함께한 <방구석콘서트>를 진행하였고 네이버 TV가 함께한 랜선공연 ‘힘내라 콘서트’를 열며 관객에게 새로운 관람 방식을 선사하였다. 그리고 공연예술 현장을 함께 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방송과 랜선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자 하였다. 또한 현장을 고집했던 콧대 높은 세계적인 공연예술단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관객들과 인터넷과 모바일로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과거 공연 라이브 실황 자료를 송출하며 관객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 랜선공연과 공연의 영상화 등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공연예술에 대한 새로운 감상과 소비를 시도해볼 만 하다. 공연의 현장성을 느끼면서 비대면 시대, 공연예술을 안방에서 혹은 안전한 장소에서 즐길 방법을 공연예술 관계자는 계속 고민하고 관객도 열린 사고로 수용할 수 있는 문화도 조성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문화예술을 건강하게 즐기고 싶은 우리 매거진 독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건강한 공연관람법을 제안한다.
1. 유료 공연 라이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즐기자.
현장 공연에 대한 영상화와 유료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다. 세계적인 오페라단 뉴욕메트로오페라단 영상서비스 ‘MET HD Live’, 런런 내셔널씨어터의 ‘NT Live’가 그것이다.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국립극장에서도 상영한 바 있는 이러한 공연 영상물은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몰입감을 주는 카메라 기술을 통해 현장 공연에서 놓치거나 생각지도 못한 감동의 장면을 영상을 보며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공연 영상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유료결제도 가능하고 스트리밍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DVD로도 구매하고 소장할 수 있다. 영상문화에 대한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 이러한 공연영상물이 신선한 재미와 볼거리로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결제해서 볼만큼 영상 수준이 상당하다. 그래서 이러한 시류를 이해하고 해외의 주요 공연장들이 공연장 내 영상장비의 구축 및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2. 컬쳐 테크놀로지로 아티스트와 동시에 공연예술을 함께 참여해 보자.
요즘 관객은 매우 적극적이다. 단순히 수동적인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 아티스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심지어 본인이 아티스트로서 악기를 연주하고 직접 무대에 오르면서 몸소 예술체험을 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이들을 ‘시민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적극적인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공연예술도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 그 시대가 더 앞당겨진 느낌이다. 5G 라이브 기술을 통해 아티스트의 연주를 관객이 실시간으로 듣고 이를 변주해서 동시에 아티스트와 연주하며 이것이 결합하여 합주가 되는 관객참여형 공연이 모바일 상에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 문화예술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될 것이며 이를 새롭게 소비하고 심지어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인 관객층이 태동할 것이다. 본인이 관객 이상의 아티스트가 되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3. 현장공연과 랜선공연의 감동을 둘 다 느껴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를 주창하고 비대면이 대세라고 이야기하지만 본질은 현장성이다. 현장에서 즐기는 공연예술의 감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는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개인의 삶에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일상이 될 것이다. 이제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우리는 코로나는 두렵지만 함께 한 일상 속에서 공연예술을 즐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방법도 다변화해야 한다. 현장공연도 보면서 랜선공연의 즐거움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공연을 제작하는 이들도 현장공연과 다른 랜선공연만의 차별화된 공연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현장에 치우친 공연예술에 대한 소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심지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건강한 삶은 문화예술이 있는 여유로운 삶이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예술과 멀어졌던 관객들도 다시 무대가 그리워 공연장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위생에 철저해지고 방역도 시스템화되면서 코로나 확진이 앞으론 수그러들 것이고 우리는 코로나를 일종의 ‘독감’처럼 올 세상이 조만간 멀지 않았다. 안방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공연예술을 소비하며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함께 다시 어울릴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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