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손톱이 아이에게 치명적이라구요?
영화 ‘써니’를 보면 주인공이 어릴 적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래에는 전화통화도 걸어 다니면서 하고, 컴퓨터도 들고 다닐 거야”라고 말하자, 친구가 “왜 물도 사서 마신다고 하지?”라면서 소설을 쓴다고 핀잔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는 정말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지 몰랐다. 게다가 물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프리미엄 전략까지 내세워 판매하고 있지 않은가. 상상조차 못 한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가 네일폴리시(Nail polish: 흔히 우리가 ‘매니큐어’라고 부르는 용어는 손톱을 치장하는 것이고, 제품을 지칭할 때는 ‘네일폴리시’라고 하는 것이 옳다)를 바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다.
여름철 샌들이나 슬리퍼 밖으로 밋밋한 발톱을 드러내고 다니는 여성은 많지 않다. 아무리 잘 다듬어진 발톱이라도 지저분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여름철 휴양지에서 여성들은 마치 패션의 완성이 네일케어와 패티큐어인양 다양한 컬러와 아트를 뽐낸다. 한 남성 아이돌은 네일케어의 매력에 빠져 네일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것이 상상조차 못 했던 지금의 현실이다.
네일폴리시는 자동차 제조 시 도색하는 공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아트(art)와 결합하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네일아트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 필자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일숍에서 2주에 한 번씩 관리를 받았고, 집에도 30여 가지가 넘는 네일폴리시와 각종 도구를 구비해 놓았다. 그런데 네일 관리를 받고 나면 약간의 구토 증상과 함께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기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본 기사에서 화장품 중 독성성분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제품류가 염색약과 네일폴리시라는 것을 보고 성분표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네일폴리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디부틸 프탈레이트(dibutyl Phthalate), 포름알데하이드(formaldehyde), 톨루엔(toluene)이라는 성분과 네일 리무버의 대표적인 성분인 아세톤(acetone)에 안전성 문제가 있었다. 이 중 대부분이 호흡기 흡입으로 독성을 가중시키는 성질을 가진 휘발성 제품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한때 거대 네일 업체인 OPI를 상대로 안전성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2003년부터 디부틸 프탈레이트와 포름알데하이드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이 3가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지만,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포름알데하이드(배합 금지로 지정되었으나 제조 공정과정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2,000ppm의 허용한도치를 두고 있다)와 디부틸프탈레이트(2006년 배합 금지 성분으로 지정)는 현재 배합 금지 성분으로 분류되어 있고, 톨루엔은 손발톱용 제품에만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가 배합 금지 성분이 아니기 때문에 2010년 수입된 미국 제품(오리지널 네일엔비 내추럴 네일스트랭스너 맥시멈스트랭스 포뮬라, 네일엔비오리지널, 네일엔비메인터넌스, OPI 엔비 드라이앤 브리틀, OPI 소프트&띤 네일엔비, OPI 매트 네일엔비)에서 포름알데하이드가 함유된 제품이 적발되어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톨루엔은 C7H8의 산화방지제 또는 용제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1급 발암물질이다. 잘 알려진 벤젠(benzene)에 메틸(CH3)이 붙은 것으로 벤젠과 유사하나 벤젠에 비해 휘발성, 가연성, 독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톨루엔은 간 손상과 피부, 호흡기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저농도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 미국 비영리환경단체인 EWG의 자료에 의하면 톨루엔은 발암성, 피부 자극성, 신경독성, 알레르기 등의 위험 가능성이 있어, 자체적으로 가장 위험한 서운을 뜻하는 ‘해저드(hazard) 10등급’을 받은 성분이기도 하다.
네일폴리시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이 네일폴리시 리무버(nail polish remover)이다. 우리에게는 네일 리무버보다 아세톤이라는 용어가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아세톤은 냄새가 매우 강하며 무엇이든 잘 지운다. 하지만 이것이 아세톤에 대한 전부가 아니다.
아세톤은 C3H6O로 디메틸케톤(dimethylketone), 프로판온(propanone)이라고도 하며, 무색의 독특한 향이 나는 액체로 네일폴리시 리무버의 용제로 많이 사용된다. 물에도 잘 녹고 다른 유기 용매와도 잘 섞이며 물에 씻기지 않는 오일, 왁스, 페인트 등도 잘 지울 수 있다. 손톱이 갈라지거나 손가락 부위에 피부 붉어짐 현상 같은 자극을 줄 수 있으며, 흡입하면 폐에 자극을 주고, 많은 양을 흡입할 경우 환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07년 메디슨의 아세톤 리뷰 논문을 보면 흡입 시 환각, 구토, 어지럼증, 두통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네일폴리시 리무버로 사용되는 아세톤은 휘발성이 강해 호흡기로의 흡입이 불가피하고 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에 사용상 주의가 필요하다. 아세톤은 네일폴리시를 지우는 용도로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아세톤을 사용하지 않은 리무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아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공업용 아세톤의 사용이다. 아세톤은 크게 공업용, 재생용, 화장품 및 시약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네일 제품은 화장품 군에 속하므로 화장품 및 시약용 아세톤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네일숍에서는 아트용으로 사용된 부착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공업용 아세톤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단가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공업용 아세톤에 포함된 불순물이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공업용 아세톤은 1급 독성물질이다. 화장품 및 시약용 아세톤을 사용했을 때보다 손톱이 하얗게 일어나거나 건조증, 붉어짐 등 자극 정도가 매우 심하다. 이유 불문하고 인체에 사용하는 용도가 아니기에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번은 필자의 어머니가 조카의 발톱에 네일폴리시를 발라준 것을 보고 노발대발 화를 낸 적이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네일 제품은 빨리 건조되는 휘발성을 갖고 있다. 휘발성이기 때문에 피부 접촉으로 인한 위험보다 코로 흡입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만약 아이들에게 네일 제품을 발라준다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휘발의 특징은 공기만큼 가볍다는 뜻이고, 이는 실내에 모든 성분이 잔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네일 관리를 꼭 하고 싶다면 베란다 같은 공간에서 내부와의 공기를 차단하고 창문으로 환기를 시킨 후 혼자 들어가 바르거나 네일 전문 숍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빠가 있다면 엄마로서 그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보겠는가? 잘못된 엄마의 손톱 관리로 인해 아이가 담배만큼 위험한 성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Wise&good cosmetics
네일폴리시와 리무버의 전성분을 반드시 확인하라.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자극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아세톤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오일 타입의 리무버도 출시되었다. 아세톤이 들어간 리무버 만큼 빨리 지워지지는 않지만 화장솜을 잠깐 올려둔 후 지우면 깨끗하게 지워진다. 조금 더 주의하고 조금 더 투자하면 안전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
출처 : <대한민국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 이은주
저자 : 이은주
자칭 대한민국 화장품 지킴이.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 향장학석사를 마치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천연물 전공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SBS전망대’, ‘KSB생생정보통’, ‘MBC불만제로’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해 자문을 맡았으며, <한겨레>, <세계일보>, <코스모폴리탄>외 8곳에 인터뷰와 칼럼을 기고했다. 현 NIC 화장품 연구소 대표이자 열린사이버대학교 뷰티건강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질환 진단과 관리>, <피부미용사 필기>, <피부미용사 실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