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Colour Agenda

AVOCADO 아보카도 2019. 6.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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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감정

 색은 강력한 소통 수단이다. 색이 사람의 감정 뿐만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색이 호르몬과 대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함으로써 우리 몸이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1960년대에 스위스 심리학자 막스 뤼셔(Max Lüscher)는 인간이 특정한 색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 색상과 관련된 경험에 근거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초록색이 안전과 평온함을 연상시키는 것은 과거 유목민들이 푸른 숲을 주위에 쉽게 노출되는 들판과 따가운 햇볕을 피할 도피처로 삼는 데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거에 숲은 오늘날 우리가 집에 대해 느끼는 것과 유사하게 휴식과 회복의 장소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막스 뤼셔의 연구는 생존이란 자연이 색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우리와 소통하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달려 있음을 암시한다. 세계적인 색채 전문가 상당수가 뤼셔의 이론을 디자인 작업을 위한 가이드로 삼고 있다.

 색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엄청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집 안을 장식할 때 자신이 원하는 감정 상태에 따라 색을 결정하기보다 최신 유행 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을 북돋는 색

 색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다. 치유를 위해 색을 사용하는 것은 요즘 탄생한 개념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색채 진단법으로 환자를 진단했고, 그런 다음 환자를 처방한 색을 발산하는 사원에 머물게 했다. 최근에는 요양원이나 의료 서비스 환경에서 치유를 돕기 위해 색을 사용하는 디자인 전문가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색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울하거나 기가 꺾였을 때는 세상이 잿빛으로 보인다. 우울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을 회색과 연관시키는 반면, 행복한 사람들은 노란색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서 따르면 우울할 때는 색이 칙칙하게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만일 여러분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을 위해 공간을 디자인한다면 밝고 환한 색조를 택해야 한다.

 영국 소매업체 리틀우드 Littlewoods에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침실 벽이 회색인 사람들은 주당 섹스 횟수가 1.8회인데 반해 보라색인 경우는 주당 3.49회라고 한다.

 하지만 색 사용을 권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색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색을 잘못 사용해 집 안 분위기를 지나치게 야단스럽거나 어수선하고 경박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강렬한 색으로 넓은 공간을 뒤덮으면 심각한 눈의 피로를 초래할 수 있다. 색 자극(눈이 색을 감지하게 만드는 빛의 방사에 의한 자극)과 자극 변이(Stimuli Variations)는 개인의 건강과 웰빙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색깔의 분위기와 언어 연상

 여러분이 공간에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와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색상을 매치하는 연습을 해보자. 먼저, 공간에 창조하고 싶은 분위기나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자. 그 단어를 떠올렸을 때 무엇이 연상되는지 설명한다. 그런 다음 그것과 어울리는 색깔을 적어보자. 다음은 내가 생각해낸 단어와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색깔과 분위기를 적은 것이다.

 

상징적인 Simbolical

상징적인 색은 국가, 혹은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역사적인 순간과 관련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색들은 강렬하고 색감이 풍부하며, 대담하게 사용해야 한다. 또 인상적이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대규모 작업에 어울린다. 내가 생각하는 상징적인 색깔은 왕실과 관련된 감청색(Royal Blue), 티파니의 민트 블루(Minty blue), 브루탈리즘 건축(Brutalist architecture)의 상징인 콘크리트의 짙은 회색 등이다.

 

관대한 Generous

내 경우 관대함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음식과 관련 짓지 않을 수 없다. 관대함은 깊고, 더 따뜻하고, 더 짙은 색조와 관련 있다. 특히 근채류와 가을 색조가 떠오르는데 예를 들면 자두색, 짙은 황록색, 짙은 오렌지색, 겨자색, 검붉은색 등이다.

 

공감적인 Empathetic

이 단어를 생각하면 개방적, 이해심, 온정과 더불어 냉정함, 침착함 같은 느낌이 연상된다. 내 경우는 보다 시원하고 옅은 청색이나 초록색, 흰색, 연한 회색이나 암회색 등이 떠오른다.

장난스러운 Humorous

이 단어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해변에서 수영하거나 공원에서 뛰어노는 야외 활동이 연상된다. 따뜻하고 친근하며 미소가 가득한 분위기. 장난스러운 색 팔레트는 대담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 나는 육감적이고 생동감 있는 색조나 서늘하고 차가운 청색, 은색, 금색, 진노랑, 혹은 요청의 날개 같은 무채색을 배경으로 한 쨍한 하늘색 등이 떠오른다.

 

태평한 Easy

여기서는 진지함이나 딱딱함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내는 색은 밝고 환해야 하며 공간에 경쾌함과 신선함을 불어넣어야 한다. 내 경우는 수선화 노랑이나 연분홍, 청색 혹은 눈부신 흰색을 배경으로 한 초록색이 생각난다.

호기심 많은 Curious

지혜와 넘치는 활력이 요구되는 탐험이 연상된다. 이 단어와 관련된 색은 현대적이며, 펄쩍펄쩍 뛰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은 생동감을 품고 있다. 이 단어와 연상되는 색 팔레트는, 따뜻한 올리브그린에 강렬한 오렌지, 진자주에 밝고 화사한 노랑, I.K.B(International Klein Blue, 프랑스 화가 이브 클렝이 창조한 코발트블루와 울트라 블루의 중간쯤 되는 청색)에 편안한 커피색, 차가운 청색에 앤티크 화이트(Antigue white) 바랜 듯한 느낌을 주는 크림색이 살짝 도는 흰색), 혹은 회색에 짙은 빨강 등이다.

 

 

도서 <어바웃 해피니스> 발췌

저자 : 어맨다 탤벗
 저자 어맨다 탤벗은 스타일리스트, 디자인 컨설턴트, 트렌드 예측가. 런던에서 인테리어 전문 잡지 <리빙 에세트라> <엘르 데코레이션> 등에서 10년 동안 일했으며, 영국 디자인의 아이콘 일스 크로포드(ILSECRAWFORD)와 이케아의 작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이후 호주로 돌아와 인기 TV 프로그램인 <탑 디자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디자인과 관련해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바웃 해피니스》와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