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
사례.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솔이(남, 5세)는 좀처럼 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조금 먹다가 책 가지러 가고 또 조금 먹다가 장난감 가지러 가고, 또 밥을 먹이려고 하면 도망가면서 장난친다. 그리고 밥 먹는 것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하는 편이지만 좀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 외출해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곳에 정신이 쏠린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게 한솔이 엄마의 일상이다. 한솔이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성장과 관련된 밥만은 앉아서 차분히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에게 돌아다니면서 밥 먹는 습관이 한번 들면 쉽게 고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밥 먹는 자체에 흥미를 잃기 쉽다. 한솔이는 밥 먹는 식습관뿐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습관과 행동습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밥 자체보다도 아이의 체질과 기질적 패턴에 맞게 습관적인 행동을 개선해야 한다.
먼저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사를 준비할 때 조리하는 과정부터 아이를 참여시켜 본다. 이런 성향의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서 자기가 만져보고 조리해 본 음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유난히 밥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는 색다른 장소에서 밥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건 아주 가끔 하는 것이 좋다. 색다른 장소에서만 밥 먹는 게 습관이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아이에게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는 것이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적으로 양기가 많은 아이는 몸에 열이 많아 더운 것을 싫어하고, 땀을 많이 흘리며 찬물을 많이 마신다. 또한 기질과 성격이 급하고 외향적이며 신체적 활동도 많아서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임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과잉활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양기가 적은 아이는 몸에 열이 적어 추위를 많이 탄다. 땀도 별로 나지 않으며 물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기질과 성격은 차분하고 내성적이며 앉아서 하는 활동을 좋아한다.
특히 소화기 기능을 담당하는 비위(脾胃)에 열이 많으면 물이나 음료수, 과일만 먹고 싶어 하고 밥은 먹기 싫어할 수도 있다. 더운 여름에 갈증이 나서 물만 마시고 싶고 입맛은 없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럴 때는 비위의 열을 내려주고 음기를 보충하는 한약으로 아이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식욕부진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첫 번째,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비위(脾胃)가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이다. 일명 배꼴이 작은 아이이다. 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작으니 다른 아이에 비해 조금밖에 못 먹는다. 이런 아이는 대개 배가 차고 팔다리에 힘이 없으며, 얼굴색이 누렇고 예민한 성격에 생각이 많다. 이때는 약한 비위의 기능을 회복시켜 배꼴을 늘려야 밥을 잘 먹게 된다.
두 번째, 신장(腎臓)의 기운이 약한 경우이다. 비위가 밥을 할 때 솥단지에 해당한다면, 신장은 화덕이라고 할 수 있다. 화덕의 불이 약하면 밥이 잘 익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허약한 아이는 화덕의 불이 약해 소화가 잘되지 않고 입맛이 없다.
세 번째, 위장에 열이 많거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음식을 먹을 때 자주 체하는 경우이다. 위장에 열이 있으면 소화기능이 원활하지 않고, 자주 체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때는 위장의 열을 내려 원활한 활동을 돕고 체기를 내려 주는 등의 치료를 먼저 해야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네 번째, 기질적으로 까다롭고 성격이 예민하며 잘 놀라거나 긴장하는 경우이다. 이런 아이는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잘 체하고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밥을 먹으라는 잦은 잔소리, 지나친 학습량, 원만치 못한 또래관계 등으로 인해 신경성 위장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울체된 간장과 위장의 기운을 풀어주어야 소화가 잘되고 입맛이 살아난다.
집필: 휴한의원 강남점 위영만 대표원장
출처. 미처몰랐던 내 아이 마음처방전
위영만 저/ 더블북/ 2020년 3월 16일